고추는 가지과에 속하는 일년생 초본식물로 명칭도 다양하여 고초, 번초, 남만초, 남초, 당초, 왜초 등으로 부른다. 키는 60cm에 달하고 여름에 흰색 꽃을 피우고 열매는 녹색을 띠다가 익으면 붉은 색이 된다.
중부 아메리카 원산지인 고추는 흔히 오랜 옛날부터 우리 겨레가 먹어온 것으로 알고 있으나, 우리나라재 배역사는 무척 짧다. 16세기에 중국에서 발간된 {본초강목}에도 고추에 관한 언급이 없으며, 일본의 {초목육부경종법}에는 1542년 포루투갈 사람이 고추를 전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지봉유설}에도 고추가 일본에서 전래되어 왜겨자라고 한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17세기 경에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일본측 기록인 {대화본초} {물류칭호} 등에는 우리나라에서 전래된 것이라고 하고, {화한삼재도회} {본초세사담기} {성형도설} 등에는 우리나라 혹은 남만에서 온 것이라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기록들을 종합해보면 고추가 일본에 먼저 전래되었고, 우리나라에는 일본을 통하여 들어왔으나, 중국에서 들어온 새로운 품종과 일본에서 들어온 품종,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육성된 품종들이 서로 교류되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익은 고추는 새빨갛게 붉은빛을 띤다. 우리나라에서는 붉은색이 태양이나 불을 상징하며, 잡귀를 쫓는 색깔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고추는 벽사의 의미로 쓰였다. 즉, 민간에서 장을 담근 뒤에 새끼에 빨간 고추와 숯을 꿰어서 독에 둘러 놓거나 고추를 독 속에 집어넣는 것은 장맛을 나쁘게 만드는 잡귀를 막으려는 것이다. 또한 지역에 따라서는 무당들이 별신굿을 할 때 고추를 사용하기도 한다. 고추는 그 생김새가 남아의 생식기와 비슷하여 태몽으로 고추를 보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신이 있다. 민간의 습속에 아들을 낳으면 왼새끼 인줄에 고추와 숯을 꿰어 대문 위에다 걸어 놓는데, 이것은 남아의 생식기가 고추와 비슷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고추의 빨간색이 가진 벽사의 기능 때문에 잡귀나 잡인의 출입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고추는 그 특유의 매운맛 때문에 시집살이 노래의 좋은 제재가 되기도 하였다.
한편, 고추는 건조상태가 좋아야 빛깔이 아름답고 오래 저장할 수 있다. 멍석이나 가마니 또는 초가지붕에 널어 햇볕에 말리는 태양초는 빛깔이 골고루 붉으며 광채가 나고, 꼭지에 노란빛이 돈다. 미처 건조되지 않은 고추는 멍석에 펴놓고 폴리에틸렌을 덮어주거나 비닐하우스 속에서 건조시킨다.
연초건조장이나 간단한 화력건조장에서 50∼60℃의 온도로서 1,2일간 건조시키는 화건초는 제 빛깔이 아닌 검붉은 빛깔이나 검정빛을 띠게 되고 꼭지에는 검푸른 빛이 나게 된다. 또한 온도가 60℃이상이 되면 빛깔이 더욱 나빠지고 매운맛도 줄어들게 된다. 이처럼 고추는 재배역사는 짧지만 우리 겨레의 생활에 급속도로 결합하여 고유의 쓰임새와 함께 어느덧 전통적인 것으로 되었던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고추를 '고초'라고도 표기하였다. 오늘날에는 고추의 '고'자가 쓰다는 뜻으로 쓰이나 조선시대에는 맵다는 뜻으로 쓰였던 바, 입 속에서 타는 듯이 매운 고추의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캡사이신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캡사이신은 기름의 산패를 막아주고 젖산균의 발육을 돕는 기능을 한다.
김치에 젓갈류를 넣게 된 것은 고추가 전래된 이후인 1700년대 말엽부터로, 캡사이신의 함량은 부위에 따라 차이가 있어 씨가 붙어 있는 흰 부분인 태좌(태좌)에는 과피(과피)보다 몇 배나 많으며, 씨에는 함유되어 있지 않다.
우리나라의 김장용 고추는 미국의 타바스코, 테키산스, 일본의 다카노주메와 같은 품종보다 캡사이신은 3분의 1, 당분은 2배 정도 들어 있어 매운맛과 단맛이 잘 조화되어 있다.
고추의 붉은 색은 캐프산틴 캐프솔빈과 같은 캐로티노이드계 색소 수십종이 어울려서 나타나는 것으로, 이것은 몸 속에서 비타민 A로 바뀌어 비타민 A의 공급원이 되는 것이 많다. 또 비타민 C의 함량이 많아서 감귤류의 2배, 사과의 50배나 된다.
이밖에도 고추에는 주석산, 구연산, 사과산 등도 풍부하며 단백질, 당질, 지방, 칼슘 등이 들어 있다. 특히 풋고추와 고춧잎은 비타민 A와 C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고추가루의 가공품인 고추장의 주성분은 당질이며 찹쌀이나 쌀이 많이 들어갈수록 많다.
고추는 조그맣게 싹이 날 무렵부터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 잎은 어린 열매와 함께 졸이거나 데쳐서 나물로 이용되고, 열매는 날것으로 먹기도 하고 갈아서 향신료로 쓰기도 한다. 또한 풋고추는 고추장이나 된장에 찍어 먹으며, 반으로 쪼개어 속에 두부, 쇠고기 등을 버무려 넣고 전을 만드는데 쓰기도 한다.
그리고 통째로 구멍을 뚫어 젓국에 절여 놓았다가 겨울철의 밑반찬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익은 고추는 갈아서 나물의 조미료로 이용하였으며 말린 고추는 가루를 내어 김치의 양념으로 쓰거나 고추장을 담그는 데 이용했다. 특히, 고추장의 등장은 우리의 식생활의 면모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
고춧 가루나 고추를 다져서 넣은 양념과는 달리 고추장은 나물을 무치고, 국과 찌개에 넣는 좋은 조미료가 된다. 또한, 생야채를 찍어먹거나 다양한 쌈의 중요한 조미료가 되기도 한다. 고추장은 그 제조원료나 제조법에 따라 멥쌀고추장, 찹쌀고추장, 보리고추장, 떡고추장 등과 지역 명칭을 붙인 고추장 등 여러 종류가 있다.
한방에서는 고추를 발한, 식욕부진, 회충과 조충의 구제약, 또는 류머티즘 등에 이용한다. {약용식물사전}에 의하면 고추는 가열성(가열성) 건위약으로서 소화불량, 수종, 장풍(장풍)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동상, 류머티즘, 신경통, 기관지염에도 잘 듣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추는 매운 맛이 강한 일종의 자극제라고 할 수 있다. 고춧가루는 발한 작용을 하여 땀을 흘리게 하고 이로 인하여 체온이 내려가므로 감기의 고열을 다스릴 수 있다. 실제로 감기에 걸렸을 때 콩나물국에 고춧가루를 타서 먹게 되면 열이 내리며 몸이 개운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이것이 가끔 위력을 발휘하여 감기가 물러가는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고춧가루가 체온조절기능을 하여 일시적으로 해열작용을 하는 대증요법에 불과할 뿐 고춧가루는 결코 감기를 원인적으로 제거하거나 완치시킨다고는 볼 수 없다. 만일 고춧가루에 감기를 퇴치시킬 수 있는 효능이 있다면, 평소 고춧가루를 많이 먹는 편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감기에 잘 걸리지 않거나 감기에 걸려도 쉽게 나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지 않은가.
고추는 바람에 의해 수정이 잘 되므로 쉽게 교잡종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전세계로 전파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품종이 생겨났다. 우리나라에서도 해마다 잡다한 종자를 그대로 심어왔기 때문에 지방에 따라 여러 품종이 생겨나서 약 100여 종에 이르고 있다. 이것을 주로 산지의 명칭을 따서 영양, 천안, 음성, 청송, 임실, 제천, 제주, 정선, 장단, 연천, 진안, 무주, 금산, 강경, 보은고추 등으로 부르는데 각기 특색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영양고추는 끝이 둥글며 열매에 윤기가 많고 매운맛과 단맛이 적당히 배합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껍질이 두꺼워 고춧가루가 많이 나온다. 이처럼 잡다한 품종이 정리되지 않은 채 재배되어 오다가 1953년 경부터 원예시험장에서 품종의 계통을 세우고 우수한 품종을 선발하여 육성하는데 힘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 결과 경상남도 고성군의 재래종은 열매수확량이 많고 맵기 때문에 김장용 고추로 권장되고, 동래 서동 지역의 재래종은 수확의 시기가 빠르고 수확량이 많으며, 열매가 크고 병해에 잘 견디며, 매운맛이 약하기 때문에 채소용 고추로 권장되었다.
오늘날에는 외국의 우수품종을 도입하여 매우 많은 일대잡종을 육성하여 시판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들 개량종 고추를 통틀어 호고추라고 하는데, 이것은 생육 초기에는 매운맛이 적어서 채소용으로 알맞고, 생육 말기에는 매운맛이 약간 늘어나서 건과용이 된다. 그리고 열매가 붉고 굵으며 껍질이 두껍고 씨가 적어서 가루가 많이 나는 이점이 있다. 이에 비해서 재래종 건고추는 과피가 얇고 매운맛이 강하여 고유의 독특한 맛이 있는데 이를 조선고추라고도 한다.
조선고추 가운데서 무주, 진안산은 크기나 모양이 균일한 태양초로서 색깔과 광택이 선명하고 건조상태가 좋다. 또한 표피가 매끈하고 주름이 없으며, 꼭지가 부서지거나 빠진 것이 없는 것이 좋다. 현재 고추는 중국과 미안마 등에서 수입되고 있다. 풋고추 형태로는 일단 수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로 말린 고추만 들어온다. 그런데 수입 고추는 보관이나 유통 기간이 길고 또, 운반하는 도중 한차례 냉동을 하게 되므로 색깔이 바래거나 검게 변하고 자체 무게에 눌려 모양새가 납작하게 된다. 몹시 맵거나 색깔이 진한 것은 주로 미얀마산이다.
또 한가지 알아야 할 사실은, 중국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잘 익은 고추를 손으로 따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익게 되면 줄기를 뿌리째 뽑아 무더기로 말린 다음 다시 분류하므로 고루 익지 않은 것들도 섞여 있다. 그리고 꼭지가 떨어진 것이 많으며 가루로 빻았을 때 매운 맛이 너무 강하거나 색깔이 진하다.
반면 순수한 토종 고추는 특유의 향이 있으며, 보관이나 유통기간이 짧고 냉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색깔이 선명하고 붉은색을 띤다. 특히 햇볕에 말린 태양초를 최고품으로 치는데 이것은 윤기가 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그리고 제대로 익은 것을 일일이 손으로 따서 말리기 때문에 품질이 고르며 꼭지도 제대로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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