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사모도 아니고, 극성맞은 열렬한 지지자도 아니다.
한 순간 지지자였던 적이 있다면,
2002년 대선, 유명인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특별한 업적을 이룬 인물도 아니었다. 최소한 내가 알던 노무현은 그랬다.
그런 그의 삶이 대선이 시작되는 무렵, 조명되기 시작했다. 청문회에서 소리치며 비리 경영자를 꾸짖던 그의 모습과 민주화 항쟁의 중심에서 인권 변호사로 헌신 했던 노무현.
그의 모습은 한창 시절 내가 바랐던 정의롭고, 때론 비주류이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을 지닌 진정한 서민들을 위한 대통령... 또한 야만적이었던 독재정권에 항거하고 저항하다 다친 이들을 도와주던 그 모습임에 틀림 없었다.
고3때 치뤘던 대선때 투표권이 없던 나의 바람은 그가 대통령이 되길 원했고, 결국 나의 소원대로 그는 대통령이 되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IMF국난으로 인해 세상이 피폐해지고 인심은 날로 험학했던 시절이었다. 그나마 김대중 대통령이 국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였고,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던 과정에 있었다.
한국전쟁 이후 가장 비참하고 비극이었다던 시대에 그 후임자리를 맡았다는 것만으로도 크나 큰 부담이었을 터.
정치인이던 경제인이던, 묵묵히 제 할 일하면서 살아가는 국민들이던 모두가 하나가 되어야 하는 와중에 임기 1년만에 탄핵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내가 가장 화가 났던 것은 사사건건 반대에 섰던 보수정당이나 단체, 보수 언론들의 비난, 그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어차피 함께 갈 수 없는 존재들이었고,
그들의 방해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무엇보다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은 대통령을 향한 국민들의 조롱이었으며, 평범했던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올려놓은 사람들의 배신이었다.
길가다가도 넘어져도 '이게 다 놈현'탓이다라며 비웃었던 국민들이 나는 더 야속했다.
누구든 대통령이 되면 한동안 지지하고 밀어줘야 하는 것이 국민들의 의무이며 그리고 반대 정당이 갖어야 할 도리라 믿었었다.
그 믿음과 근거를 알 수 없는 신뢰는 무너지고 대통령 노무현은 국민의 조롱과 비웃음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렸다. 그것이 임기가 끝날때까지도 지속되어다는 것이 더 놀라웠다.
나는 그런 노무현 정권 말기 때 의경을 지원했다. 의무경찰로써 그래... 권력의 개라고 조롱받는 경찰 산하에 의경을 지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도시에서 군생활을 하고, 외박도 자주 나올 수 있었고, 결정적으로 예전만큼 시위는 많이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것은 내 오산이었으며 그 당시 의경들의 오판이었다.
노무현의 권위는 바닥이었고, 여당이던 야당이던 언론이던 노무현이 빨리 청와대를 나갔으면 하는 정서 속에서의 시위란 때론 격렬해지고 위험해졌다.
나는 노무현 정권을 지키던 의경이었다. 평택 대추리 주한미군 기지 이전 시위때 대통령의 사진을 사람모양의 볕짚에 붙여놓고 화형식을 한다기에 소화기 뿌려가며 사진 끌어않고 뛰었던 의경이었다.
그 때 시위대에게 '니네 대장 잘못만나 개고생이야!'라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그래...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들었던 것 같다.
딱히 대통령이라는 권위의식도 나는 느끼지 않았고, 대통령에 대한충성심 또한 있을리 만무했다.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노무현이하자는 것에 반대를 하며 조롱하던 시절,
임기말에 노무현 대통령께 후임 대통령들을 위해 마련하던 정책마저 반대로 무산되며 비웃음 샀던 대통령.
고3때 느꼈던 감동을 전혀 느낄 수 없었던 힘잃은 대통령에게 줄 수 있는 신뢰 또한 없었던 나는 이제 내가 지켰던
그 분이 돌아가시고 말았다.
돌아가셔도 한동안은 그저 그려려니 하고 말았다.
그러나 뒤늦게 찾아오는 말못할 서러움이 일고 있다.
내가 순수하고 정의의식이 충만했던 고3때 지지했었던 대통령이었고. 힘들었던 군생활, 내가 지켰던 대통령이었다.
전라도인으로서 전두환에게 비분강개하며 욕하던 외삼촌을 보며 자랐고, 광주 민주화 항쟁이라면 가슴 속에서 뜨거운 열기와 가슴 저리는 의분을 감출 수 없는 와중에 노무현 대통령의 업적은 나의 감정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너무나 죄송스럽다. 그분의 목숨을 지키지 못한 서러움보다는 그 분의 진정어린 뜻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에 더 큰 죄책감이 든다.
정의로운 세상.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깨끗한 사회를 원했던 그 분의 뜻을 나는 다시 고3으로 돌아가 지키고 싶다.
그래... 가셨구나
꿈인줄 알았는데
한동안 꿈인줄 알았는데 그게 사실이었구나.
하지만 나는 이 혼탁하고 흐릿한 세상에
그래도 그것을 바꾸고자 하는 한 인간이 있었고
나는 그 분을 지지했고
그 분을 내 가슴속에 뭍었으니
나의 할 일은
그 분이 원했던 세상을
내가 그리고 나와 생각을 같이 하는 벗들과
같이 이뤄야 겠다.
쓸쓸한 길. 머나 먼 세상으로 가신
대통령님께 내가 잃어버린 열정을
바치렵니다.
부디 마음 편하게 가시고
편히 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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