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앵글속의 여행

[스크랩] 사평역(沙平驛)에서 곽재구 100/7

방랑시인삿갓 1004 2008. 7. 2. 12:05

 

 

사평역(沙平驛)에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모두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 가는 지

 

 

 그리웠던 순간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1981년>

 

          ▲ 일러스트=권신아
 
남평역 ( 경전선 ) : 등록문화재 299호
글쓴이 : 나무향기

전라남도 나주시 남평읍 광촌리 470

 

1930.  12.  25.  역원배치간이역으로 영업 시작

1948.  05.  03.  보통역으로 승격

1950.  10.  02.  역사 소실

1956.  07.  17.  현 역사 신축, 준공

1978.  07.  01.  승강장 맞이방 철거

 

2006.  12.  04.  등록문화재로 지정 제 299호

 

역명유래

광주의 남쪽에 위치하고 아주 넓은 평야가 있어 南平 이라 불려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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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를 읽고 듣습니다.

사평역은 세상에 없는 간이역입니다.
화순읍에서 고흥 방면으로 가는 국도
제15호선을 따라 15km를 가면 사평리에 이르는데,
정확히는 광주광역시와 인접한
전라남도 화순군 남면에 소재하고 있는데,
이곳에는 기차역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사평역'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입니다.
3등 완행열차가 바쁠 것도 없이
쉬엄쉬엄 쉬어가는 오래 묵은 시골 간이역입니다.

고여오는 슬픔을 안고 사람을 말없이 사랑하는
그렇게 삶을 지속하는 욕심없는 사람들이 기침소리와
한 줌의 톱밥으로 삶을 나누고 버티어 주며
뭔가 기다리는 공간입니다.

단풍잎 같은 차창을 달고 올 우리들의 나라,
뼈를 깎는 추위도 가림없이 덮어주는 눈밭같은 나라,
그 나라를 어쩌면 아주 많이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오늘 아침 기운을 내어
새로운 길을 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내 몫의 일을 찾아갑니다.


출처 : 새길산악회
글쓴이 : 未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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