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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장필순 - 그녀에 관한 이야기 / 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 때

방랑시인삿갓 1004 2008. 7. 1. 19:22


장필순, ‘그녀에 관한 짧은 얘기’ 

소소하고 지친 일상을 위로하는 매력

최지선 _ 대중음악평론가 

 

이   름  :  장필순 
출   생  :  1963년 5월 22일

직   업  :  가수

학   력  :  서울예술대학

데   뷔  :  1982년 여성 듀오 '소리두울'

경   력  :  1988년 오.장.박' 앨범 발매 1987년 옴니버스 '우리노래전시회 2집' 참여

팬카페  :  장농정리   
 
장필순 3집 《이 도시는 언제나 외로워》 
한영애와 더불어, 장필순을 한국 여성 보컬리스트의 양대 산맥으로 꼽는 데 주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1980년대 중후반 노래 동아리 ‘햇빛촌’ 및 친구와의 여성 듀오 ‘소리두울’을 거쳤고, 많은 가수들의 뒤에서 색깔 있는 여성 배킹 보컬(세칭 코러스)로 이름을 날렸으며, 1990년대에 솔로 여성 가수로서 활발히 활동했으며, 하나뮤직 사단의 대표 가수로 자리 잡은 현재까지가 장필순의 간략한 바이오그래피이다. 

 

 

초창기, 아마추어 시절: 햇빛촌, 소리두울 

장필순의 대학 학창 시절은 요약하면 캠퍼스 포크 아마추어 음악인으로서의 시기다. 대학연합 노래 동아리 ‘햇빛촌’과, 친구와의 듀오 ‘소리두울’이 그것. 1982년경 만들어진 햇빛촌은 흔히 말하는 ‘그냥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그러나 기성곡이 아닌 창작곡을 중심으로 한 집단이었다. 통기타를 들고 이곳저곳에서 노래했지만, 그러나 직업적 음악인으로의 지향은 없던 순수 아마추어들의 집단(이는 후일 대중적으로 알려진 동명의 햇빛촌과는 다른 팀으로 전 햇빛촌 멤버였던 이정한이 여성 멤버(고병희)를 충원해 혼성듀오로 활동한 것이다)... 햇빛촌이 남긴 유일한 음반 《햇살이 있는 풍경》(1984)에는 <눈 오는 날>, <아침 햇살>, <겨울로 가는 길> 등이 소리두울이라는 이름으로 실렸다. 소리두울(1984~1988)은 햇빛촌에서 만난 김선희와 결성된 듀오이다.

그런데 신촌 일대 대학가 카페를 주무대로 활동했던 소리두울의 정규 음반 《눈이 오는 날/아침 햇살》은 햇빛촌 동아리 친구들과의 관련뿐만이 아니라, 따로또같이(이주원, 나동민, 강인원)와의 영향 속에서 설명할 수 있다. 이는 소리두울이 따로또같이의 3집(1985)과 4집(1988)에 코러스로 참여했다는 사실에서도 잘 설명된다. 하지만 (앞서 몇몇 연재들에서 이야기했듯) 단순히 힘의 관계로 여성 가수와 남성 작편곡가(혹은 프로듀서)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다. 김선희와 장필순이 맞추는 아름다운 하모니와, 부드럽고 서정적인 톤의 가사 및 사운드와의 조화는 단순히 곡 자체만으로 발휘되는 것은 아니리라(이런 부분은 앞의 연재들에서 계속 이야기했으므로 장필순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햇빛촌의 음반
 

이 외에도 소리두울의 노래는 《캠퍼스의 소리》(1984)에도 실렸고(<바람에 실려온 마음>, <종이 비행기>), 새로운 감수성의 발굴을 목표로 했던 《우리노래전시회 2》에 들국화, 어떤날, 시인과촌장 등과 어깨를 견주며 소리두울의 <코스모스>가 실리는 등, 새로운 신인으로 각광받았다. 그렇지만 이 듀오 프로젝트는 김선희의 유학으로 중단된다.

 

 

솔로 시절, 감각적 사운드와 성찰적 메시지  

이제 장필순은 1989년 《어느새/내 작은 가슴속에》(동아기획/서라벌)를 발표하며 솔로 가수로 새로운 활동을 시작한다. 타이틀곡 <어느 새>는 허무한 색채가 묻어나는 나른한 장필순의 읊조림과, 당시 보사노바라는 새로운 아이콘을 대중화한, 당시로서는 참신한 색깔을 입힌 곡이었다. 말하자면 이 음반은 새로운 트렌드에 예민했던 김현철의 촉수와, 성찰적이고 사색적인 목소리로 여성 보컬에 또 다른 격조를 부여한 장필순이 조우한 최고의 결과일 것이다. 1991년에 발표된 2집 《외로운 사람/꿈》(동아기획/서라벌)에서도 역시 퓨전 재즈나 보사노바 같은 음악의 영향도 강했다. 단, 2집은 장필순 본인이 팔을 걷고 나서서 제작한 음반이고 1집에서도 참여했던 손진태나 조규찬, 유영석 등 동아기획 관련 인물들이 조력했다. 3집 《이 도시는 언제나 외로워》(1992)부터 본격적으로 조동익이 장필순의 파트너로 참여하기 시작한다(이전에도 조동익이 연주를 도와주기는 했다).

 

 
소리두울의 노래가 담긴 《우리노래전시회2》 
그밖에 당시 유행한 남녀 혼성(특히 듀엣) 노래의 주인공이기도 했는데 김현철과의 <잊지 말기로 해>(장필순 1집), 《푸른하늘 3집》(1990)의 <우리모두 여기에>, 안치환 3집 《Confession》(1993)의 <우리가 어느 별에서>를 비롯해, 《조동진 5집》(1996)의 <넌 어디서 와> 등이 그런 곡들이다. 《굿모닝 대통령》 O.S.T에서 오석준·장필순·박정운(일명 오장박)의 음반을 발표한 것도 당시 장필순이 새로운 트렌드의 주역임을 각인시킨 사례일 것이다.

여기서 장필순의 깔끔하고 산뜻한 도회적인 음악에는 꿈에 대한 동경, 고달픈 삶에서 떠나고픈 욕망들이 부유한다. 무심한 일상이 흘러가는 "넓고 좁은 세상 속" "도시의 하루", “어느 새 내 나이도 희미해져 버리고 이제는 그리움도 지워져 버”리며, “무뎌진 그런 사람이 나는 되어 가네”라는 회한을 확인할 뿐이다. 그런 모든 것을 “잊고 싶을 뿐”이라고 토로하다가도 “지쳐버린 나의 발걸음이 또 어딘가를 향할 때”라는 자각과 “이젠 떠나가리라”라는 결연한 마음을 비친다. 이는 대개 “여행”과 결부된다. 이처럼 장필순의 작곡 혹은 작사한 이들이 어떤 이들이었든 당시 새롭게 부상하던 모던한 사운드에 회한과 동경 등의 심정이 교차하는 성찰적 메시지를 관통하게 한 것은 분명 허스키보이스 장필순의 매력이다.



또 어딘가를 향할 때  

4집 《하루》(킹, 1995)부터 솔로 시절 초기와 같고도 다른 길을 걸어간다. 장필순 본인의 말에 따르면 4집은 과도적인 음반이다. 과도적이라 함은 그 이전과 그 이후에 무언가가 바뀌어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이 음반은 '포크' 중심적 감수성에서 '모던 록'적인 감수성으로 진화될 토대를 형성하는 것으로 보인다(모던 록적 사운드는 5집에서 본격화되었다). 또 하나, 이 앨범의 의미는 장필순이 '작곡'한 곡이 들어가기 시작한 작품이라는 것이다(작사는 예전에도 있었다). 따라서 '싱어송라이터=아티스트'라는 관행적 등식에 따르면 장필순은 이 앨범부터 단순한 보컬리스트 이상의 위치로 진입한 것이다. 여기에는 우선 장필순 본인과 조동익이 직접 나서서 진행과 기획제작을 했으니 다른 간섭이 없던 배경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한 새로운 인맥들의 진용도 보이기 시작한다. 장필순의 이전 앨범의 주역이 김현철, 손진태, 정원영 등이었다고 한다면 이 무렵부터 유재하 가요제 출신의 윤영배, 고찬용, 이무하 같은 새로운 얼굴들이 작곡과 연주를 맡으며 부각되기 시작한다. 윤영배는 특히 장필순의 4집 앨범부터 기타 세션 연주와 작곡에 참여하기 시작해 조동익과 더불어 일종의 하나뮤직 '밴드'로 활동하게 된다

 
장필순 1집 《어느새/내 작은 가슴속에》(위),
2집 《외로운 사람/꿈》(아래)
 
5집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하나음악/킹 레코드, 1997)는 잠시 활동을 멈추었던 하나음악이 '재건'되면서 발표된 첫 작품이다. 그리고 록(혹은 모던 록)의 질감이 보다 두드러지기 시작한다. <첫사랑> 등에서 나타나는 포크의 질감도 있지만 장필순의 음악에서 또 다른 이정표를 들려주는 것은 <스파이더맨>, 에서의 록의 질감인 것이다. <첫사랑>,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외에는 건반이 거의 없이 작업되었다. 장필순이 작곡한 곡들도 마찬가지이다. <넌 항상>, <그녀에 관한 짧은 얘기>, 같은 록 스타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포크적 잔향까지. 이런 점에서 이 음반은 장필순의 정점이 된 음반으로 보인다.



6집 《Soony 6》(하나음악/신나라, 2002)은 여러가지 면에서 5집을 계승하면서도 다른 분위기를 들려준다. 이는 특히 리얼 녹음이 아니라 ‘집에서’ 하드디스크 레코딩 위주로 작업한 결과물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특유의 일렉트로닉한 분위기도 전달해 준다. 첫 곡 <헬리콥터>에서는 신비한 음향들이 반향하고, <모래언덕>에서는 '월드 비트'의 리듬처럼 들리기도 하고 <어떻게 그렇게 까맣게>에서는 일본 시부야 사운드 같은 모던 사운드를 들려주기도 한다. 그런데 4, 5, 6집에서 드러나는 정서는 앞서 장필순이 만들지 않았던 노래들에서 나타났던 특징을 엇비슷하게 공유한다. 4집의 경우 <혼자만의 여행>, <나를 찾아서>, <길>, <상경> 같은 명시적인 곡제목처럼 떠남, 여행, 갈구 등의 컨셉이 잘 드러난다. 여기서 <순간마다> <나를 찾아서>, <허물 수 있다면> 등 장필순이 작사·작곡한 곡을 중심으로 보자. 우선 피아노의 모토릭한 전주, 레게 리듬이 도입된 기타 연주가 특징적인 <나를 찾아서>의 경쾌한 분위기 속에서도 진지한 가사가 담겨있다. 물론 <혼자만의 여행> 같은 다른 작곡(조동익의 곡)에서 드러나는 사색적인 분위기도 장필순을 둘러싼 아우라가 어떤 것인지를 잘 드러내준다.

 

그밖에 피아노와 기타의 터치에 의해 주도되는 <허물 수만 있다면>, 앞서 거론한 <나를 찾아서> 같은 경쾌한 사운드에서 장필순의 보컬은 귀엽고 발랄한 분위기를 준다. 반면 장필순의 목소리는 <나누니니나>의 건조하고 메마른 톤, <아쉬운 시간>의 친근하고 따뜻한 위무의 톤을 오간다. 5집에서는, 반복되는 지친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적으로 들어보자. <스파이더맨>, 같은 곡에서 일상에 대한 담담한 시선의 건조한 목소리가 투영된다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같은 곡에서는 ‘지쳐 잠’드는 ‘한없이 무거운 마음’의 아쉬운 목소리가 교차한다. 물론 <빨간 자전거 타는 우체부>처럼 일상에서 마주치는 예쁜 소묘도 있다.  

 

5집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왼쪽), 6집 《Soony 6》
6집의 컨셉이 회고와 추억이라고 한다면 이에 해당되는 주요곡은 <동창>, <10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그렇게 까맣게> 등이다. 전반적으로 이 앨범에서 장필순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다소 건조한 톤으로 바뀌었지만, 그 속에서도 희미한 추억을 회고하듯 아련히 울려 퍼지는 오르간과 목소리의 잔향이 머물고(<동창>), ‘꿈을 꾸었지 지나간 어린 시절 기억...어떻게 그렇게 까맣게 잊을 수가 있을까’ 하는 작은 깨달음이 스쳐간다(<어떻게 그렇게 까맣게>). ‘떠나는 기차 돌아앉은 세상 뒤로 달리는 어지러운 풍경’ 속에 ‘이런 게 내가 꿈꿨던 미래일까’ 성찰하는 목소리()와 ‘힘든 일을 잘도 참아낸 그대에게 감사’하는 위안의 목소리(<10년이 지난 지금>) 등이 다층적으로 복류한다.
이처럼 장필순은 친근하고도 똑부러지는 옆집 언니/누나 같은 이미지로 변한 듯 변하지 않은 듯 오랜 세월을 지나왔다. 포크, 퓨전 재즈, 모던 록 등의 사운드 속에 흐르는 소소하고 지친 일상을 반추하고, 까마득히 지나간 과거를 회고하며, 상처를 따뜻하게 위무하는 다층적인 목소리, 그것이 장필순의 음악의 매력일 것이다.

 

 

 


 

출처 : 비밀의 정원
글쓴이 : 비밀의 정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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