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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팝송감상실

[스크랩] 사평역에서 / 곽재구


      사평역에서 ---곽재구---






      사평역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를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

      조용히 하루쯤 바람속에

      혼자 서고 싶은 날이 오면

      사람들이 찾지않아도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간이역은

      그 자체가 기다림이다. 여유로움이다.

      녹색강, 푸른하늘, 노랗게 익어가는 벼...

      들리는 건 덜컹거리는 기차소리뿐이다.

      그 녹슬고 덜컹거리는

      기차 안 사람들 사이에서는

      정겨움과 구수함이 묻어져 나온다.

      세월을 비켜선 채 자리잡고 있는

      사라지는 기차역을 통해

      마음의 속도를 늦춰봄으로써

      이제, 추억 속에 사라져 버린

      아련한 옛 기억을 되짚어 보는

      기회를 가져 본다.

      다양한 사람들이 오르고 내린다.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의 표정 하나하나는

      낯설음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한 장의

      사진처럼 다가왔다.

      사평역으로 더 잘 알려진 남평역.

      이곳에서 또 한번 세월이 멈춰선 느낌을 받는다.

      시끌벅적함과 푸근함도 많이 빛 바랬지만

      이어가고 싶어하는

      보이지 않는 끈을 느낄 수 있다. <펌글>

      ~~~2007.여름 더위 몸부림치는 7월 하순~~~ 한영희


출처 : 밀싸리21
글쓴이 : 한영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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